제주도 한라산 3월의 설경 – 중년의 여유를 찾아서
2025년 3월 7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같은 패턴 속에 갇혀 있는 기분이 든다. 출근, 일, 퇴근,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한라산을 오를까? 늘 가고 싶다고 말만 했던 한라산을 이번엔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선배와 후배가 골프 라운딩을 가자고 연락했지만, 나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왕복 38,900원. 렌트 비용 26,400원. 골프 한 번 가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이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한라산을 보러 제주로 떠났다.
떠나는 아침 – 여행은 출발하는 순간 시작된다
비행기는 6시 40분. 공항에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니 5시쯤 집을 나섰다. 새벽의 대구는 조용했다. 공기가 아직 차가웠고,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제주도 날씨도 비슷할 것 같았다.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밟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3월 1일부터 보조배터리 기내 반입 규정이 강화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검사대에서 불합격을 받았다. 선택지는 두 가지. 폐기하거나 5일 보관(1만 원). 어차피 돌아올 때 다시 필요할 테니 보관을 선택했다. 이런 소소한 변수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대구에서 제주 갈 때는 역시 티웨이." 익숙한 항공사지만, 이번 여행은 뭔가 달랐다. 목적지가 명확했기 때문일까? 이른 아침이지만 피곤함보다 설렘이 더 컸다.
제주 도착 – 한라산으로 가는 길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렌트카를 찾았다. 몇 년 전부터 제주에서는 전기차만 렌트한다. 충전비도 저렴하고, 주행감도 부드럽다. 공항에서 한라산 영실코스로 가는 길은 언제 와도 좋다. 푸른 하늘과 넓게 펼쳐진 도로,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한라산. 이번에는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샀다. 한라산에는 중턱까지 편의점이 없으니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만 챙겨 가면 된다.
한라산 등반 – 중년의 페이스로 걷다
영실코스 주차장은 평일이라 한산했다. 등산화를 단단히 묶고, 아이젠을 착용했다. 예상보다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3월인데도 한라산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입산과 동시에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방이 하얗게 변한 풍경 속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눈이 깊이 쌓인 곳에서는 발이 푹푹 빠졌다. 평소 같으면 속도를 내고 싶었겠지만, 지금은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걷기로 했다. 중년의 삶도 그런 것 같다. 더 이상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걸어가는 것.
윗세오름까지 1시간 30분. 예상보다 빠른 편이었다.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컵라면을 꺼냈다. 추운 날씨 속에서 먹는 따뜻한 국물, 이보다 좋은 보상이 있을까. 뜨거운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니 온몸이 녹는 것 같았다.
하산 – 예상치 못한 반전
하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하늘이 열렸다. 아침에는 온통 안개뿐이었는데, 이제야 한라산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풍바위가 선명하게 드러났고, 멀리까지 시야가 트였다. 이런 순간이 바로 등산의 매력 아닐까. 올라갈 땐 힘들기만 했는데, 내려오면서야 그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올라가는 길에서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보며 천천히 걸었다. 자주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도 찍었다. 조급함 없이, 한라산을 충분히 즐기고 싶었다.
하산까지 총 운동시간 3시간. 주차시간은 3시간 43분. 주차비는 1,800원. 수치로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내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길이었다.
한라산에서 얻은 것 – 일상을 다르게 살아가는 힘
지금까지 한라산을 네 번 올랐다. 성판악 한 번, 영실코스 두 번, 어리목 한 번.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이번에는 특히 더 마음이 가벼웠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한라산을 가냐고.” 나는 대답한다. 올라가 보면 안다고. 왜 가야 하는지.
이 여행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가끔은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같은 길을 걷다 보면 삶이 지루해진다. 하지만 가끔은 새로운 길을 걸어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된다. 한라산에서 내려오며 다짐했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를 자주 만들어야겠다고. 그래야 중년의 삶도 더 단단하고, 풍요로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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